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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간부 징계하려면 노조동의 받아라?
단체협약 중에는 사용자가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을 징계할 경우 사전에 노동조합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고 규정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단체협약 규정은 때로는 ‘조합활동으로 인한 징계’ 등으로 적용 범위를 제한하기도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아무런 사유 제한 없이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을 징계하려면 반드시 노동조합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명시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사견으로는 단체협약상 징계 동의 규정의 정당성에 다소 의문이 있다. 이러한 규정은 사용자의 징계권을 과도하게 제한할 뿐만 아니라,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에 대하여 비조합원과 비교하여 차별적인 규율을 제공함으로써 오히려 지배·개입이 문제될 소지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연혁적으로는 과거 사용자가 노동조합을 탄압하고 방해하기 위한 목적에서 징계권을 남용하였다는 고려에서 이러한 부당징계 및 부당노동행위를 방지하기 위하여 위 단체협약 규정이 도입되었다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에도 부당노동행위나 불합리한 인사관리가 계속되고 있다는 등의 특별한 정황이 없다면, 단순히 노동조합 간부 또는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사실상 징계 자체를 면제받을 수도 있는 면책특권과 같은 규정을 두는 것은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노동조합 간부나 조합원에 대한 과도한 특혜로 볼 여지도 있어 보인다.특히 복수노조 사업장 중에서는 실제로 이러한 단체협약 규정의 불합리성이 두드러지게 나타난 경우가 있다. 복수노조 사업장인 A사는 양대 노조 사이의 관계가 상당히 안 좋았는데, 식당이나 작업장 등에서 다른 노동조합 소속 간부나 조합원들이 만나면 언쟁이 벌어지는 경우가 잦
2025.04.01 17:26 -
이참에 일벌백계? 징계내용 구체적으로 공개했다가는…
'A rotten apple spoils the barrel(썩은 사과 하나가 사과 한 상자를 다 망친다)'는 속담이 있다. 한 사람의 나쁜 행동이 여러 사람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뜻인데, 사람을 썩은 사과에 빗댄 것이 좀 그렇지만, 회사 생활을 하다보면 성희롱, 괴롭힘, 횡령 등 갖가지 비위행위로 징계처분을 받는 직원들이 생긴다. 이 때 화가 난 사장님은 ‘이 기회에 본보기를 보여서 다시는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라’며, 징계 결과를 사내에 공표하라고 지시하기도 한다. 분부를 하달받은 인사팀 김과장은 고민에 빠진다. 조직 기강을 바로잡고 일벌백계하려는 의도는 알겠지만, 징계대상자의 성명, 부서, 비위행위 내용, 징계처분 결과 등을 구체적으로 기재할 경우 법적 문제가 있진 않을지 걱정된다. 점점 개인정보, 인격권 보호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라 더더욱 걱정이 앞선다. 징계 결과를 사내에 공표할 때 문제되는 법적 이슈와 유의할 점은 어떤 것이 있을까?◆ 명예훼손죄 가능성먼저 형사책임과 관련해, 형법상 명예훼손죄가 문제된다. 공연히 사실을 적시하여 사람의 명예를 훼손하면 명예훼손죄가 성립할 수 있는데(형법 제307조 제1항), 여기서 ‘명예훼손’은 사람의 사회적 평가를 저하시킬만한 구체적 사실을 적시하여 명예를 침해하는 것을 말하고(대법원 1987. 5. 12. 선고 87도739 판결), ‘공연히’는 불특정 또는 다수인이 인식할 수 있는 상태를 의미한다. 이에 따라 사내 게시판, 전산망 등에 징계대상자들의 비위행위, 징계처분 결과, 나아가 성명, 부서, 직급 등까지 공개하는 경우에는 기본적으로 형법상 명예훼손죄의 구성요건에 해당될 것이다. 다만
2025.04.01 17:26 -
불시 근로감독, 수억원 과태료 폭탄 피하려면
얼마 전 근로감독을 잘 준비할 수 있는 방안을 주제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강의를 시작하면서 인사담당자들에게 1억원 이상의 과태료 내지 임금청산 개선 지시를 받아 본 적 있는지를 물어봤다. 1억원만 되어도 엄청나게 큰돈인 만큼 나름의 집중과 관심을 모아볼 요량에서 질의한 것인데, 한 인사담당자가 나지막한 목소리로 "저희는 20억원 이상의 임금청산 지시를 받은 적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모두가 갑작스럽게 더 숙연해지는 웃지못할 상황으로 1억원이라는 예시를 든 필자가 머쓱해지는 순간이었다. 근로감독은 사용자로서 근로자의 권리와 처우에 대한 올바른 적용 여부를 확인받는 자리이지만, 자칫하면 십수억원이 예상치 못하게 지출되는 엄청난 파고를 몰고 오기도 한다.근로감독은 근로기준법에 근거를 두고, 근로감독관집무규정(훈련)으로 구체화된다. 그 주요내용으로 우선 근로감독의 유형은 3년을 주기로 한 정기감독과 1년 내의 근로조건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수시감독, 노동분야의 사회적물의를 일으킨 사업장에 대해 실시하는 특별감독, 그리고 2024년도에 신설된 재감독 총 4가지로 구분된다. 특히, 재감독은 근로감독을 한 기업에 대해 다시 감독을 할 수 있는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 입장으로서는 감독을 받았다는 이유로 일정기간 감독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 예측(?)을 하기는 어려워졌다.근로감독은 특정 근로조건의 취약 직종이나 산업을 대상으로 이루어지거나 특정한 근로조건 형식에 대한 점검과 개선 차원으로 이루어지기도 한다. 금융업종의 차별시정 분야 감독, 건설업종에 대한 임금체불 청산이나 포괄임금 오남
2025.04.01 17:25 -
산재인정 기다리다 손배 소멸시효 넘길수도
드라마 <폭싹 속았수다>의 도동리 부계장 부상길은 동네에서 악명높은 오징어배 선장이다. 애순이 남편 관식이는 가족을 책임지기 위해 애순과 선을 봤던 상길의 오징어배를 타게 되는데, 오징어 잡이 중 손을 다쳤으나, 상길은 배를 돌리지 않고 부상자 발생에도 아랑곳없이 작업을 강요하고 결국 관식은 손을 크게 다친 채 귀가하게 된다. 자초지종을 알게 된 애순은 상길에게 달려가 쪼인트를 까는 것으로 응징하는데, 업무 중 다쳐 산재를 입은 경우 법을 통해 조금 더 고상한 방법으로 권리행사가 가능하다. 직원이 산재를 입었을 경우 발생하는 법률관계에 관하여 살펴본다.참고로 산재에 관한 기본법인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법)은 선원법, 어선원 및 어선 재해보상보험법에 따라 재해보상이 되는 사업에는 적용되지 않으므로(산재법 제6조, 동법 시행령 제2조 제1항 제2호), 관식에게는 산재법이 적용되지 않을 수 있으나, 이는 논외로 하고 일반적인 경우를 상정한다.먼저, 산재를 입으면 산재법에 따라 보험급여 신청을 할 수 있다. 보헙급여는 요양급여, 휴업급여, 장해급여, 간병급여, 유족급여, 상병보상연금, 장례비, 직업재활급여가 있다(산재법 제36조). 다쳤을 때 보통 요양급여, 휴업급여를 받게 되고, 사망 시 유족급여를 받게 된다. 산재, 즉 업무상 재해는 업무상 사고, 업무상 질병, 출퇴근 재해로 구분되는데(산재법 제37조), 업무상 질병의 경우 근로복지공단 산하 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친다. 사업주로서는 발생한 사고나 질병이 업무관련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이를 다툴 수 있는데 통상 보험가입자 의견서를 제출하여 다투게 되고, 경우에 따라 업무상질병판정
2025.04.01 17:25 -
산안법 위반 없었다면 중대재해 처벌도 없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도 벌써 3년이 지났고, 그 동안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 사업장의 범위도 확대되었으며, 관련 판결이나 수사기관의 처분 사례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중대재해처벌법의 적용 범위나 법률 규정의 해석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논란이 계속되는 내용 중 ‘2단계 인과관계’, 즉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매개되지 않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이 있을 수 있는지에 대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반드시 매개되어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처벌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있다.현재까지 판결이 선고된 사안들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이 매개된 사안들이고, 수사실무에서도 사고의 직접적 원인이 된 산업안전보건법상의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을 먼저 입증하여 의무 불이행 내용을 확정한 후, 위 안전보건 조치 불이행의 원인이 된 중대재해처벌법상의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특정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즉, 경영책임자의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은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위반을 전제로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중대재해 발생에 따른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수사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의 수사는 일련의 절차로 진행될 수 밖에 없는 불가분에 관계에 있다(대검찰청, 중대재해처벌법 벌칙해설).검찰과 법원도 기본적으로는 중대산업재해의 발생과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 사이의 직접적 인과관계와 더불어 산업안전보건법상 안전보건 조치의무와 경영책임자등의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사이의 2차적 인과관계도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그러나, 중대재해처벌법상 안전보건 확보의무는 산업안전
2025.03.25 15:48 -
내용도 불분명한 괴롭힘 익명신고, 조사해야 하나요?
전략기획부서 A부장에 대한 직장 내 괴롭힘 신고가 접수되었습니다. A부장이 부서 직원들에게 강제로 연장근로를 시키고 직원들에게 자주 큰 소리를 낸다는 내용입니다. 구체적인 사건에 대한 언급은 없이 하소연과 A부장의 부적절한 행위를 추상적으로 지적한 내용이 신고되었습니다. 신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있다면, 자세한 사건 경위를 구체적으로 청취할 수 있겠으나, 익명신고된 건이어서 신고 내용 외에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없습니다. 부서는 여러 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구성원 숫자는 총 29명입니다. 고충처리 담당자는 전략기획부서가 유독 연장근로를 많이 하는 부서로 최근 부서원들이 힘들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났습니다. 그러나, 피해자를 특정할 수도 없고 구체적이지 않은 신고에 대해서도 직장 내 괴롭힘 사건조사를 진행할 의무가 있을까요?#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신고할 수 있어우선, 이 사례에서는 익명신고를 공식적인 신고로 보아야 하는지가 검토되어야 합니다.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1항에서는 ‘누구든지 직장 내 괴롭힘 발생사실을 알게 된 경우 그 사실을 사용자에게 신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조문에 따르면 누구에게나 괴롭힘 신고권을 부여하고 있으며, 신고의 방법에도 제한이 없습니다. 그러니 예외 규정은 없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따라서 피해자이든 목격자이든 퇴직자나 외부인이든 신고하는 것이 가능하고, 이는 익명으로 신고되었다고 하더라도 유효한 신고로 볼 수 있습니다. #신고 접수 땐 지체 없이 조사 실시해야한편, 근로기준법 제76조의3 제2항에서는 ‘사용자는 제1항에 따른 신
2025.03.25 15:48 -
RBA행동규범, 한국 노동법과 어떻게 다를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으로 ESG 정책이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었다. 다만, ESG의 환경(Environment),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중 사회(Social) 분야에 속하는 인권경영에 관해서는 오히려 규제가 강화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존재하였다. 현재까지 인권경영 관련 자문 수요가 끊이지 않는 것을 보면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에도 인권경영의 중요성은 줄어들지 않은 것 같다. 한국 노동법 전문 변호사로서 인권경영 관련 업무에 참여하면서, 한국 노동관계법령과 ESG 인권경영 관련 글로벌 기준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고, 그로 인해 인사노무 담당부서와 ESG 담당부서 사이에 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경우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에 상호 이해를 돕고자 ESG 인권경영 관련 글로벌 기준을 간략하게 소개하고 한국 노동관계법령과 비교해 보기로 한다.인권경영이란 '기업이 인권침해를 일으키거나 연루될 위험을 사전에 예방하고, 인권침해가 일어난 때에는 사후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도록 기업의 인권존중 문화를 정착시키고 인권 중심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는 경영활동'이라 할 수 있다. 인권경영의 핵심은 '인권실사(Human Rights Due Diligence)'라 할 수 있는데, 인권실사는 기업이 끼치는 부정적 인권영향을 식별하고 방지·완화하는 절차로, 인권영향평가 실시·결과를 기업활동 전반에 반영·실천하는 조치, 해당 조치의 효과성 모니터링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인권실사를 할 때에 다양한 글로벌 기준이 존재하는데, EU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UN의 기업과 인권 이행 원칙(UN Guiding Principles on Business and Human Rights), OECD의 다국적기업
2025.03.25 15:48 -
솔직한 리더 vs 무책임한 리더
최근 리더의 솔직함이 중요한 리더십 덕목으로 부각되고 있다. 리더가 자신의 잘못과 실수를 인정하고 ‘나도 여러분과 다르지 않다’는 동질감을 보여주는 것은 구성원과의 관계에 진정성을 더하고 심리적 안전감을 제공하여 조직의 결속력을 높인다. 실제 기업 현장에서도 구성원과의 비공식적 소통뿐 아니라 타운홀 미팅 같은 공식적인 소통 채널에서 리더가 자신의 어려움이나 실수, 부족함 등을 공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리더의 솔직한 태도가 언제나 리더의 덕목이 된다고 할 수 있을까? #벨포트의 연설: 신뢰를 얻는 솔직함 vs. 배신감을 주는 솔직함영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2013)'에서 조던 벨포트(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는 불법 주식 거래와 사기 혐의로 FBI 수사를 받고 회사(스트래튼 오크몬트)를 떠나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직원들 앞에서 그는 '내가 실수했다. 나도 사람이니까'라며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하고 '회사를 위한 최선의 길'이라는 이유로 회사를 떠나려 한다. 그러나 돌연 '하지만 난 떠날 수 없고, 여러분을 떠날 수 없다'며 퇴진 의사를 번복한다. 이어&
2025.03.25 15:47 -
노무제공자의 근로자성 판단…사용자가 입증하라고?
필자는 2018년 캘리포니아의 한 로스쿨에서 1년간 연수를 하면서 한 중요한 판결이 선고되는 것을 목도한 바 있다. 당시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Dynamex 사건(Dynamex Operations West v. Superior Court, 4 Cal. 5th 903)에서 근로자성 판단 기준을 변경하는 판결을 선고하였는데, 당시 많은 주목을 받았던 판결이었기에 수업에서도 해당 판결의 내용과 시사점을 상세하게 다루었던 기억이 난다.위 Dynamex 판결은 물류업체의 배송기사가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가 문제된 사건이었는데, 동 판결은 종래 캘리포니아법상 근로자 판단기준이 아닌 대안적인 기준을 적용함으로써 근로자의 인정 범위를 대폭 확대하였다. 그 전까지 캘리포니아 판례법은 소위 통제권 기준(Right to control test)를 적용하고 있었다. 이는 사용자가 노무제공자의 업무수행 방법에 대한 통제권을 갖고 있는지, 노무제공자가 해당 업무에 전속적인 입장에 있는지, 업무성격에 전문성이 요구되는지, 작업도구나 작업장소의 부담관계, 계약관계의 지속성, 대가의 지급방식, 해당 업무가 사용자 사업의 일반적 업무를 구성하는지 여부 등 종합적으로 고려(totality of circumstance)하여 판단하는 방식이다.그런데 Dynamex 판결은 이른바 'ABC 검증요건(ABC test)'을 도입하면서 ‘A, B, C의 3가지 사항을 사용자가 입증하지 못하는 한 노무제공자는 임금명령(wage order)의 적용대상인 근로자에 해당한다’라고 판단하였다. 즉, 노무제공자는 일단 근로자로 추정되고, 사용자가 ABC를 모두 입증하는 경우에만 근로자가 아닌 것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ABC 검증요건이란 다음과 같다.A: 노무제공자가 계약상으로나 실제로도 업무수행과 관련된 지휘/감독(control
2025.03.18 15: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