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만여명 일하는 대규모 산단
평일 낮에도 인적 없이 한산
넘치는 상가 공실, 창고로 써
“원자재값은 뛰고 일감 전멸”
官 인프라투자 축소도 악재
고물가·고환율·고금리에 시달리던 중소기업들이 미국 관세정책으로 더욱 위기에 몰린 모양새다. 특히 최근 미국이 지난 12일부터 수입산 철강·알루미늄에 25%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하면서 관련 중소기업들은 시름이 커져가고 있다.
외국인 노동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방글라데시 출신 근로자 모슈드 이슬람 씨(42)는 “2015년 한국에 처음 온 이후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내내 남동산단에서 일하고 있는데 요즘이 가장 일이 없는 것 같다”고 전했다.
점심시간에 찾은 남동공단 내 한 식당도 전체 20개 테이블 중 6개에서만 한두 명이 식사를 하며 썰렁한 모습이었다. 해당 식당 주인은 “예전에는 점심시간이면 사람들이 줄을 섰는데, 지금은 절반도 안 차고 저녁 때는 한두 명 오는 게 전부”라며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시행되던 코로나19 때 장사가 더 잘 됐다”고 말했다.
택배 물량도 줄었다. 공단 내에서 제조된 철강 제품을 고객사에 배송하는 대형 트럭을 모는 C씨는 “최근 1년 새 배송 물량이 확 줄었다”며 “물량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아예 문을 닫은 회사도 많다”고 말했다.
남동산단을 비롯한 국내 철강·알루미늄 업계의 어려움은 1차적으로 물량 감소, 원자재 값 상승과 맞물려 있다. 알루미늄 업계 관계자는 “원소재 가격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30~40% 폭등한 반면, 최근 건설경기 부진 여파로 같은 기간 수요는 30% 이상 빠졌다”고 말했다. 철강업체 관계자는 “정부가 최근 2~3년간 도로와 학교 같은 인프라스트럭처 투자를 줄인 것이 철강업계에 직격탄을 날렸다”고 말했다.
유경연 지제이알미늄 대표도 “미국 기업과 에어컨, 열교환기, 변압기 등에 들어가는 알루미늄 부품 500만달러어치 수출계약을 진행하고 있는데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관세 부과 조치로 협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 금속부품 중소기업 대표는 “중소기업으로서는 관세 부과 조치로 뭐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도 제대로 파악이 안 된다”며 “정부가 중소기업에 명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중소기업에 대한 교육을 강화해달라”고 요청했다.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남동산단 곳곳에서는 ‘공장 임대’ 현수막이 심심치 않게 눈에 띄었다. 공단 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 관계자는 “작년 하반기부터 폐업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사겠다는 수요가 없어 거래가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며 “특히 기계·철강 업종 공장 매물이 많다”고 말했다.
2021년 이 지역에서 준공한 한 지식산업센터는 1층 상가 중 11개 실이 공실로 남아 있었다. 이 중 2개실은 창고 쓰이고 있었는데 아직 분양조차 되지 않아 시행사에서 창고로 임대를 준 것으로 전해졌다. 한 공인중개사는 “잔업이 잘 없어 저녁식사를 공단에서 하지 않으니 식당이 새로 들어오려고 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